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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아내에게 쓰는 투자 이야기

소형주에 대한 생각

아내에게 쓰는 투자 이야기 첫 번째 글입니다


본 글을 쓰는 이유는 보수적인 성격상 주식 투자하는 남편이 달갑지 않을법도 한데, 

항상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아내에게 


투자에 대한 저의 생각과, 철학, 방법론,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쓰는 글입니다


남편이 대체 뭔 짓을 하느라, 허구헌 날 밤을 세우고 주말마다 스터디다 뭐다 돌아 다니는지 변명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수준은 모두 천차만별 이겠지만 주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혹시 좀 어려운데? 하는 부분 있으면 댓글로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내에게 쓰는 첫 번째 투자 이야기.


작은 회사에 투자하는 이유, 소형주 효과에 대하여 입니다 



Rolf W. Banz의 1981년 "The Relationship Between Market Value and Return of Common Stocks"라는 논문을 통하여 소형주 효과가 세상에 밝혀졌습니다


소형주 효과란 


간단하게 말해서 대형주 보다 소형주의 수익률이 더 높게 관찰되는 현상 입니다


학계에서는 소형주 효과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로 효율적 시장 가설 신봉자들이 소형주 효과를 인정하지 않죠


여기서 조금 딴 길로 빠지지만,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무엇인가?


주식시장의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정보화 시대기도 하고 정보는 금새 퍼져 버려서 주가에 바로 그 가치가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 매기는 가격은 합리적이다

그러므로 주식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수익을 내는것은 더 큰 리스크를 지는 방법 밖에 없다 (예를 들면 레버리지?)

그 외는 그냥 운이다


이게 주장인데... 주식시장을 초과하는 수익을 꾸준히 내온 버핏 할배도 있고, 기타 등등 여러 사람들만 봐도

일단 마지막 줄은 헛 소리인게 분명하죠


그리고 첫 번째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ㅋㅋ

주식시장에서 합리적인 매매를 하는 인간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고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가에 따라 그 정보가 호재로 해석되기도 하고 악재로 해석되기도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는 사실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 매기는 가격은 대체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아주 불합리한 경우도 왕왕 있다' 는게 버핏 할배의 생각이고, 우리 가치 투자자들의 신념이기도 합니다


소형주 투자에서 시장 초과 수익을 거두는 것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fn가이드에서 제공하는 fama-french의 사이즈&밸류 백테스팅 입니다

http://www.fnindex.co.kr/SNI/SNI_FactorModelDetail.asp?u_cd=3FM.2B3.S

(지난번에 멋대로 이걸 가지고 외톨이 퀀트라고 이름 붙인적이 있었는데 심각한 저작권 침해였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시면 시총+밸류의 간단한 조건으로 백테스팅을 하고 있는데요


pbr같은 간단한 지표와의 결합 만으로도 폭발적인 수익률을 보이는 것을 보면 

소형주 효과는 실증적으로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예전에 됬으니까 앞으로도 되겠지 하고 넘어 갈 것이 아니라

왜 이게 되는지? 왜 앞으로도 될지? 알고 넘어 가야겠죠



예를 들면 


팩트1. 강남에 땅을 사면 수익률이 좋았다

결과1. 강남에 투자 해야겠다


이유1. 강남은 서울의 중심이고 교육, 인프라, 관광의 중심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남의 공급은 한정되어있지만,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땅값이 오를 확률이 크다

(예시이므로 실제 강남의 저평가 고평가 여부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주 좋습니다만



팩트2. 충남 서산시 대산읍 기은리 (우리 외할머니 땅)에 땅을 사면 수익률이 좋았다

결과2. 거기다 투자 해야겠다???


이유2. 기획 부동산에서 떠서 땅값을 의도적으로 뻥튀기 시킴....


이건 망하는 투자의 지름길이죠


팩트1의 경우는 뉴욕의 맨하탄이던 도쿄의 시부야던 어느 나라나 가져다 놔도 상식적으로 통할만한 투자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팩트2의 경우는 과거에 올랐다 말고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소형주가 올랐다 저pbr주가 올랐다 이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왜 올랐는가?, 앞으로도 오를 것인가? 에 대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형주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 일까요?


짐 슬레이터라는 아저씨가 멋진 말을 했습니다

"코끼리는 달리지 않는다"


실제 동물의 왕국 보면 잘 달리던데... 

무슨 의미냐면


소형주가 그만큼 가볍다는 뜻입니다

가볍다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함포되는데요


우선 시가총액 즉 주가가 가볍습니다

주가가 가볍기 때문에 약간의 매수 세력만 붙으면 주가가 크게 움직이게 됩니다

(이 때문에 작전에도 잘 휘말리겠죠)


어쨋든 주가가 가볍기 때문에 대형주보다 더 큰 상승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더 큰 하락도 가능하지요 


우리 가치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주가는 결국 그 회사의 가치에 회귀함을 믿습니다 

 

두 번째 소형주는 가치의 변동이 가볍습니다 

기 업의 가치란 단순화 시켜서 크게 나누면


자산가치, 이익가치, 성장가치


세개로 나눌수 있습니다


우선 소형주는 대형주에 비해 자산이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년에 같은 1억을 벌어도, 현대자동차가 버는 것과 동네 대왕 카스테라집이 1억을 버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현대자동차가 1억을 벌어봤자 통장 잔고가 0.1%도 안 늘어나겠지만 

대왕카스테라집 사장님이 1억을 벌면 통장 잔고가 두배는 뻥튀기 될 수 도 있는거니까요

즉 소형 우량주는 자산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주가도 급격히 상승할 수도 있겠죠 


두번째 이익 변동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노트가 폭발하고, 현대차는 여러 언론에서 집중포화를 당하는데도 작년이나 올해나 매출에 엄청난 갭은 없습니다

근데 동네의 대왕카스테라집은 먹거리 X파일 나쁜놈들 때문에 매출이 50%급감 하기도 하고, 또 착한식당에 선정되면 매출이 두배 증가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너무너무 힘들지만, 경쟁 대왕카스테라집이 다 망하고 마지막 승자가 될 대왕 카스테라집이 있다고 칩시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먹거리X파일의 선동 방송도 잊혀지고 다시 맛있는 대왕 카스테라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럼 이 대왕 카스테라집의 이익 가치는 급격하게 올라갈 것입니다 


즉 두번째 가능성. 대형주에 비해 소형주는 이익의 변동이 급격할 수 있다.


세번째는 성장 기대감의 정도가 다르다

요새 너무너무 잘나가는 삼성전자가 있습니다만...

보통 삼성전자의 매출이 내년에 두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미 사람들은 핸드폰이 하나씩 있거든요

갑자기 내년부터 핸드폰을 두개씩 써야하는 법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2배 성장은 꿈같은 이야기 입니다


근데 또 예를 들어... 자꾸 대왕카스테라로 하니까 좀 미안해서 다른거


동네에 요새 유행하는 인형뽑기방이 생겼습니다

일단 경쟁업체는 없다고 가정하고


이 인형뽑기방이 이면도로에 있어서 유동인구가 별로 없는 곳이라 지금은 장사가 좀 그냥 그렇네요

근데 열심히 전단지 알바도 쓰고 페북 광고도 때리고 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합니다

이 인형뽑기방의 매출이 전달에 비해 2배 성장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소형주의 경우에는 신 사업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회사 규모대비 급격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소형주에 기대하는 성장가치의 정도가 대형주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코끼리는 달리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토끼는 달린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소형주 효과가 기대되는 두번째 이유는



효율적 시장가설에 완전 반대되는 이유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효율적 시장가설에서는 시장참여자는 합리적인 매매를 한다가 전제되었죠


하지만 보통 개미는 합리적이지가 않습니다...

개미는 말그대로 개미처럼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이 보입니다

http://www.newspim.com/news/view/20170214000312

위 뉴스를 보면 10만원이상 고가주식에서는 데이트레이딩을 별로 안하고

1만원 미만 저가주식에서는 데이트레이딩이 활발하다네요

기업의 시가총액이 아니라 단순한 주당 주가만으로 비싸고 싸고를 판단하는 개인들도 있을 정도 입니다


그것 말고도 한국의 소형주시장인 코스닥시장의 역사적 매매 주체는 언제나 개인이었습니다

거의 8~90%에 육박하는데 최근 코스닥이 죽쓰면서 이 비중이 60%까지 내려왔다 합니다만 어쨋든 코스닥은 개미의 놀이터입니다


이렇게 개미판인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는 앞서 말한것 처럼 소형주가 가볍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기관이나 외국인 같은 큰손들이 거래하기에는 너무 작고 가벼운 시장이기 때문이죠


코끼리 한마리를 사냥하면 나눠먹을게 많지만

덩치큰 기관과 외국인이 토끼 한마리를 잡자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면 토끼고기를 통해 얻을 칼로리보다 소비된 칼로리가 더 큽니다


한마디로 기관과 외국인이 소형주 시장에 들어와서 헤집으면 주가가 너무 멋대로 널뛰기를 하기때문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시장입니다


그래서인지 코스닥의 소형주 중에서는 기관 애널리스트 보고서 한장 나오지 않는 종목들이 수두룩합니다

이때문에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대형주에 비해 더 비효율적 시장이 조성 됩니다


예를들면 

삼성전자 노트7이 폭발하게 되면 온갖 뉴스에서 다 떠들고 그로인해 손실이 얼마일지 보고서가 수십장 나오고, 그로인해 주가가 하락해서 대체적으로 효율적인 시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먹거리X파일이 때리기 전까지는 대왕카스테라에 식용유를 넣는지 참기름을 넣는지 알지도 못했고, 알지 못했기 때문에 대왕카스테라집의 이익가치와, 자산가치, 성장가치에 큰 영향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가맹점주들이 그 방송 직전까지만 해도 신규점포를 개점하고 있었겠죠

정보의 비효율과 시장의 비효율때문입니다

소형주에 관심갖는 먹거리X파일 같은 애널리스트가 별로 없기 때문에 소형주 시장은 아직도 비효율적인 시장으로 개미판이며, 우리같이 기업 가치를 분석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먹거리가 보장되는 기회의 땅인겁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소형주시장은 비효율이 판치기 때문에 알파가 존재한다


반대로 초대형주들에서는 확정실적으로 인한 알파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미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통해 대충 실적예측이 되고 주가도 그에 맞게 형성 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대형주에 투자하면서 시장을 초과하는 알파를 창출하려면 

당장 한치 앞이 아닌,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대형주에 가치투자 하고 싶은데 통찰력이 시원찮다면, 


회사의 정상적인 성장 과실만큼만을 누리는 전략도 가능합니다

시간으로 인한 수익이죠


저는 통찰력이 변변찮은 사람이라 대형주보다는 소형주에 더 관심이 갑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인간의 탐욕과 무지로 인한 비합리적인 투자가 멈출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 그 무지와 탐욕이 넘치는 기회의 땅 소형주를 눈여겨 보는것이 어떨까요? (물론 지금은 대형주 장세지만ㅋㅋㅋ)